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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테마, 35가지 정답 — 무엇을 비교해야 하나

신입생 35인의 '첫눈에 반함' 해석 비교

Spec SheetMeasured
DeskJuwon
FormatVerified
Checked2026-09-02
StatusDesk verified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패션 동아리로 꼽히는 와세다대학 섬유연구회가 2026년도 신입생 패션쇼 '1년생 쇼'의 테마를 '첫눈에 반함(ひとめぼれ)'으로 정하고 9월 1일 공식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테마 자체보다 실행 방식이다. 올해 처음 옷을 만들어보는 신입 회원 35명이 '한눈에 반했다'는 같은 한 단어를 출발점으로 삼아, 각자 자신이 무엇에 끌리는지를 한 벌의 옷으로 옮긴다. 조건은 똑같이 주어지되 결과물은 35가지로 갈라지는 구조라서, 같은 입력값이 개인마다 어떻게 다른 결과로 분화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드문 사례다. 실제로 포스터 룩 중 이노우에 리나의 '인어'와 스즈키 사쿠치의 '소녀와 여성의 사이'만 봐도, 같은 단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소재·색·서사가 갈린다.

무엇이 달라졌나

섬유연구회는 1949년 창립돼 일본 내 서클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만큼, 매년 신입생을 주축으로 여는 '1년생 쇼'는 이론과 실천을 함께 다뤄온 이 단체의 교육 방식을 보여주는 자리다. 올해 테마 '첫눈에 반함'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그 사람다움이 깃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고, 신입 회원 35명 각자가 자신의 '좋아함'과 마주해 한 벌씩 완성했다. 정답이 하나로 수렴하는 과제가 아니라 같은 질문에서 35개의 서로 다른 답이 나오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이번 테마의 특징이다. 포스터에 등장한 두 룩을 나란히 놓으면 이 차이가 뚜렷해진다. 이노우에 리나의 '인어'는 실버 톤 드레스로, 수면 너머 닿지 않는 빛을 바라보는 인어의 시선을 소재로 삼았다. 겹겹이 쌓은 큰 프릴은 인어의 꼬리이자 물결을, 서로 다른 소재를 이어붙인 표면은 각도와 빛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감각을 표현했다. 반면 스즈키 사쿠치의 '소녀와 여성의 사이'는 보랏빛 드레스로, '첫눈에 반함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속하는 감정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19년간 성장하며 달라져온 자신의 '좋아함'을 한 벌에 압축했다. 반짝이는 소재와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소녀 시절의 동경을 담고, 가슴과 등의 노출·바디라인을 살린 재단으로 성인 여성으로서의 자각을 겹쳐 놓았다.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향한 동경을,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의 시간축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같은 출발점이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진 사례다.

왜 지금인가

패션 업계에서 '개인화'는 이미 익숙한 화두이지만, 그 개인화를 실제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만든 사례는 많지 않다. 브랜드 컬렉션은 대개 하나의 무드로 수렴하도록 설계되고, 콘테스트형 패션쇼는 심사 기준이라는 단일 잣대로 우열을 가린다. 반면 이번 '1년생 쇼'는 심사나 우열 없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35개의 답을 나란히 세워 서로 비교하도록 두는 구조를 택했다. '무엇이 더 나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며, 획일적인 유행보다 개인의 서사를 우선하는 최근 소비자 정서와 맞닿아 있다. 이 쇼를 여는 주체가 1949년 창립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패션 서클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단체일수록 형식과 전통을 우선하기 쉽지만, 정작 이 단체는 매년 신입생에게 정답 없는 개방형 과제를 던지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초심자들에게 '개인의 취향'을 최우선 기준으로 옷을 만들게 하는 방식은, 기술 숙련도로 신입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패션 교육 커리큘럼과도 비교된다. 9월은 새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으로, 신입 회원들이 첫 결과물을 내놓기에 자연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다음에 볼 것

이번에 공개된 것은 포스터에 쓰인 4벌뿐, 나머지 31벌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두 사례만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동경'과 '자기 자신의 시간축'이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확인된 만큼, 나머지 신입생들이 같은 테마를 각각 어떤 소재·색·실루엣으로 풀어냈는지가 실질적인 관전 포인트다. 특정 장르나 유행에 쏠리지 않고 얼마나 다양한 해석의 폭을 유지하는지가, '첫눈에 반함'이 애초에 의도한 개방성을 실제로 구현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쇼 개최 일정과 장소는 이번 발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고, 향후 공식 채널을 통해 별도로 공지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신입생을 주체로 개방형 테마를 이어온 전례를 감안하면, 다음 기수 역시 하나의 주제어를 던지고 그 해석을 비교하는 형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쇼를 지켜보는 방식은 '어떤 옷이 가장 잘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같은 조건에서 개인차가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확인하는 데 있다.

#「好きをかたちに」 早稲田大学繊維研究会
Repuse Lab · 2026-09-02 ·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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