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EC가 일본의 3배인 이유
일본 의류 소매그룹 AND ST홀딩스가 2026년 3~8월 상반기 연결 실적에서 매출 1521억엔(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과 영업이익 107억엔(34.6% 증가)을 동시에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다. 매출은 2%도 안 되게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그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뛰었다는 것은, 더 많이 팔아서 번 돈이 아니라 덜 깎아 팔아서 지킨 돈이 늘었다는 뜻이다. 매출 성장률과 이익 성장률을 나란히 놓고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속도가 전혀 다르다면, 그 회사가 '더 파는 성장'에서 '덜 버리는 성장'으로 기준 자체를 바꿨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실제로 이번 영업이익은 기초 사업계획 대비로도 약 15억엔을 웃돌았는데, 날씨 불순과 자연재해로 여름 상품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던 외부 조건을 감안하면 더 두드러지는 결과다. 매출과 이익이 다른 속도로 움직일 때가 오히려 한 회사의 체질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며, 이번 AND ST홀딩스의 성적표가 정확히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같은 업종에서 매출만 늘리는 회사와 이익률까지 같이 끌어올리는 회사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수치에 담겨 있다.
이번 실적에서 먼저 비교해야 할 기준은 '판매 방식'이다. AND ST홀딩스는 값입률, 즉 상품을 처음 들여올 때의 마진율 개선과 재고 통제를 통해 할인 판매를 줄였고, 그 결과 매출총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전 방식은 재고가 쌓이면 시즌 말에 대규모 할인으로 밀어내는 구조였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더 높은 마진으로 들여오고 재고를 정교하게 통제해 할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재고를 소진했다는 차이가 있다. 두 번째 비교 기준은 사업 구조다. 핵심 자회사 아다스트리아의 호조에 더해, 중기경영계획에서 향후 성장의 축으로 못박은 '플랫폼 사업'이 연결 소거 전 기준 63억엔, 글로벌 사업은 110억엔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 AND ST홀딩스의 실적을 좌우한 변수가 개별 브랜드의 판매 성과였다면, 이제는 자사 EC 플랫폼을 다른 브랜드에도 열어주는 '플랫폼 운영자' 역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변화다. 세 번째 기준은 지역이다. 중국 대륙,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전 지역이 증수를 기록했는데, 그중 대만은 EC화율이 19.3%로 일본의 3배를 넘는 디지털 성숙 시장이라는 점에서 다른 해외 거점과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해외 매출 증가'라도 어느 지역이 어떤 이유로 늘었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이 실적이 주목받는 시점에는 여러 조건이 겹쳐 있다. 우선 엔저 흐름과 중동 정세에 따른 원가 상승 압력이 하반기에는 기초 전망보다 더 거세질 것으로 회사 스스로 예고하고 있다. 즉 상반기의 마진 개선은 유리한 환경에서 거둔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해지는 조건 속에서 선제적으로 체질을 바꿔둔 결과라는 뜻이다. 두 번째로, 미국 사업 철수와 이토요카도 대상 도매사업 철수로 50억엔 가까운 매출 감소 요인이 있었는데도 이를 상쇄하고 증익을 냈다는 것은, 돈이 안 되는 채널을 걷어내는 선택과 플랫폼·해외라는 새 채널에 힘을 싣는 선택이 같은 반기에 동시에 일어났다는 뜻이다. 중국 대륙 사업이 3~5월에는 적자가 커졌다가 6~8월에 곧바로 흑자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부진했던 시기와 회복한 시기를 나란히 비교하면, 손실을 방치하지 않고 한 분기 안에 되돌려놨다는 뜻이 된다. 세 번째로, 6월 아시아발 패션 브랜드를 다루는 역직구 EC몰 '60%(식스티퍼센트)'를 인수한 것과 세븐일레븐재팬과의 BtoB 사업 개시는, Z세대와의 접점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업계 공통의 판단과 맞물려 있다. 경쟁사들이 자사몰 강화에 그치는 사이 AND ST홀딩스는 타사 브랜드까지 유치하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한 걸음 더 나간 셈이다.
앞으로 비교해서 지켜볼 지표는 분명하다. 하나는 기초 브랜드 '글로벌워크'의 회복 여부다. 이번 상반기 매출은 261억엔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했고, 이익은 할인 억제 덕에 늘었을 뿐 매출 자체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2030년 매출 1000억엔을 목표로 2025년 3월 도쿄 긴자에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까지 연 브랜드가 정작 본진에서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은, 상반기 전체 실적의 화려함과 대비해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둘째는 대만 EC 플랫폼 '앤드에스티 대만'의 오픈화 진행 속도다. 회사는 대만에 진출한 일본계 브랜드, 진출을 원하는 일본계 브랜드, 나아가 대만 로컬 브랜드까지 단계적으로 입점시켜 아시아 1위 EC 플랫폼을 노린다고 밝혔는데, 회원수 115만명이라는 현재 규모가 이 확장 속도를 얼마나 뒷받침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셋째는 국내 EC 비중 지표다. 국내 아파렐 EC 매출 비중은 27.3%인데 그중 자사 EC 비중은 14.3%에 그친다. 절반에 가까운 EC 매출이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자사 플랫폼 비중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가 다음 분기에 비교해볼 대상이다. 하반기 가이던스 상향 여부와 원가 상승 압력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는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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