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감독·유태오가 세운 성공 기준선
CJ문화재단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CJ & TIFF K-스토리 펀드' 시상식에서 북미 거주 한국계 영화 창작자 3인에게 각 1만 캐나다달러(약 1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전달했다. 2023년 9월 론칭 이후 세 번째로 진행된 이번 선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원금의 액수나 선정 인원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대표해 응원 메시지를 전한 두 앰배서더의 이력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매기 강 감독과, '패스트 라이브즈'로 한국 배우 최초 영국 아카데미(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유태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이 지원 사업이 배출하려는 창작자상이 이미 구체적인 성공 사례로 증명됐다는 뜻이다. 신인 지원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은 '얼마를 주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지원을 거쳐 어디까지 갔는가'인데, K-스토리 펀드는 이 두 앰배서더를 통해 그 답을 이미 손에 쥔 상태로 3회차를 맞았다. 특히 두 앰배서더의 커리어가 모두 2025년 한 해에 몰려 있다는 점은, 이 지원 사업이 단순한 홍보성 행사가 아니라 실제 검증된 성과와 맞물려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K-스토리 펀드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순 공모전이 아니라 단계별 검증을 거치는 '필터링 설계'라는 점이 뚜렷해진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접수를 받아 8편을 1차로 추려낸 뒤, 이 8편은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간 CJ ENM 시나리오 개발 멘토링을 실제로 거쳤다. 단순히 심사위원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실무 제작사의 개발 과정을 통과한 결과물 중에서 최종 3인을 골라낸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3인의 이력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펀드가 노리는 지점이 더 분명해진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의 배우로 이름을 알린 앤드리아 방은 이번에 작가로 전환을 시도하고, 지윤 준 리는 2022년 CJ문화재단의 신인 지원사업 '스토리업' 선정작 '마더랜드'의 창작자로 이미 한 차례 CJ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은 바 있으며, 조시 김은 전작 '체커 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 출품시킨 경력을 갖춘 상대적 기성 창작자다. 즉 이번 3인은 배우에서 작가로 넘어오는 이,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이, 이미 국제무대 출품 이력이 있는 이로 각기 다른 단계에 있다. 하나의 지원 기준으로 신인부터 경력자까지 폭넓게 포괄한다는 점이, 특정 경력 구간만 노리는 다른 지원사업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 시상식이 놓인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CJ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자, TIFF·영화진흥위원회와의 K-스토리 펀드 협약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확정한 해다. 협약을 '연장'했다는 것은 이미 검증을 마친 관계를 이어간다는 의미이며,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CJ문화재단은 튠업·스토리업·스테이지업 등 음악·영화·뮤지컬 전 장르에 걸쳐 신인 창작자 지원 사업을 20년째 운영해 온 이력이 있고, K-스토리 펀드는 그중에서도 '북미 거주 한국계'라는 특정 좌표를 겨냥해 2023년에 신설된 비교적 젊은 프로그램이다. 이 좌표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매기 강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고 유태오가 '패스트 라이브즈'로 한국 배우 최초 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북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창작자들의 성과가 연이어 나온 해였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가 쌓이면서 북미 한국계 창작자라는 세그먼트 자체의 시장성과 상징성이 함께 올라갔고, 이 프로그램은 그 흐름 위에서 3회차를 치른 셈이다. 경쟁작 8편 중 3편만 최종 선정됐다는 압축률도, 이 지원사업이 양적 확대보다 질적 검증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이 지원금이 실제 완성작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1만 캐나다달러의 창작지원금은 장편 데뷔작이나 차기작 개발 단계에서 쓰이는 종잣돈 성격이 강한 만큼, 3인의 작품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 '디 인비저블 랜드 오브 러브', '카멜리아 걸'이 실제 제작·개봉까지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는지가 이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때 비교할 수 있는 선례가 이미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2022년 스토리업 선정작이었던 지윤 준 리의 '마더랜드'가 이번 K-스토리 펀드 최종 선정으로까지 이어졌듯, 앞선 기수 선정작들이 이후 몇 년에 걸쳐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를 추적하면 이번 3인의 향후 궤적도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TIFF·영화진흥위원회와의 협약이 3년 더 연장된 만큼, 내년 이후로도 매년 비슷한 규모와 절차로 4회차, 5회차 공모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모 시기(매년 11월~1월)와 멘토링 기간(3월~6월), 시상식 시점(9월 TIFF 기간)이 올해와 같은 주기로 반복된다면, 북미에서 활동을 준비하는 한국계 창작자들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예측 가능한 등용문으로 자리잡게 된다. 다음 기수 공모가 언제 열리는지, 그리고 올해 앰배서더로 나선 매기 강과 유태오급의 성공 사례가 다시 배출되는지를 지켜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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