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파괴 쇼 다음은 무엇으로 비교할까
스웨덴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아바바브(AVAVAV)가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브랜드의 쇼를 매 시즌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이번 발표에서 먼저 눈에 걸리는 지점은 옷 자체가 아니라 쇼를 짜는 방식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아바바브는 2017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린다와 아담 프리버그가 처음 세웠고, 2020년 베아테 스코나레 칼손과 요한나 블롬이 브랜드를 인수한 뒤 2021년 공식적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장 이후 이 브랜드는 매 시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던지는 이른바 내러티브형 쇼로 이름을 알려왔고, 그 서사가 얼마나 충격적이거나 유머러스했는지가 곧 그 시즌의 성적표로 읽혔다. 그런데 2027 봄여름 시즌은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여러 시즌에 걸쳐 쌓아온 시각 언어를 끊지 않고 이어 붙이는 누적형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이번 컬렉션을 평가할 때 비교해야 할 기준점 자체가 달라진다. 이번 쇼가 지난 쇼보다 더 충격적이었는가가 아니라, 이번 디자인이 지난 시즌의 어떤 요소를 이어받고 또 어떻게 발전시켰는가를 따져야 하는 쇼라는 뜻이고, 그래서 이 글에서도 한 시즌의 장면이 아니라 시즌 간의 연결고리를 기준으로 삼아 살펴본다.
아바바브가 과거 어떤 식으로 주목받았는지를 먼저 짚어야 이번 변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2023년 봄여름 필시 리치(Filthy Rich) 쇼에서는 모델이 런웨이에서 의도적으로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했고, 같은 해 가을겨울 페이크 잇 틸 유 브레이크 잇(Fake It Till You Break It)에서는 의상이 무대 위에서 의도적으로 파손되는 과정 자체를 쇼의 내용으로 삼았다. 두 쇼 모두 한 번의 사건을 중심에 놓고, 그 사건이 얼마나 화제가 되느냐로 성패가 갈리는 구조였고, 옷 자체의 구조나 패턴보다는 그 순간의 이미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방식이었다. 반면 2027 봄여름 컬렉션이 내세운 것은 터뷸러 플리츠 스커트처럼 과도한 플리츠 가공을 통해 옷감에 미끈거리듯 흘러내리는 가변성을 부여하는 기법, 그리고 과장된 A라인 실루엣으로 만화 캐릭터처럼 신체 윤곽을 재구성하는 조형 작업이다. 이는 한 시즌에 한 번 터지는 사건이 아니라, 패턴 제작과 재단이라는 기술적 축적물로 브랜드를 설명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시 말해 지난 쇼들이 무엇이 벌어졌는가로 기억됐다면, 이번 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로 기억되도록 설계된 것이고, 즉 비교 대상이 쇼의 서사에서 옷의 구조로 완전히 옮겨간 셈이다.
이런 전환이 지금 나온 데는 몇 가지 맞물린 배경이 있다. 먼저 패션위크 전반이 몇 년째 화제성 경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넘어지는 모델, 부서지는 의상처럼 강한 자극으로 주목을 끄는 쇼는 한 번은 화제가 되지만, 다음 시즌에 더 센 자극을 요구받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이 경쟁은 결국 누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만드느냐의 소모전으로 흐르기 쉽다. 같은 수법을 반복하면 신선함이 떨어지고, 더 세게 가면 브랜드 이미지가 사건 자체로 소모된다. 아바바브 입장에서는 2017년 설립, 2020년 인수, 2021년 재개장을 거쳐 올해로 재개장 6년 차에 들어선 시점이다. 초기 인지도를 쌓는 단계에서는 자극적인 사건 하나로 화제를 모으는 전략이 효율적이었겠지만, 이름이 알려진 이후에는 그 화제성을 디자인 역량으로 전환해야 하는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이 단계를 건너뛰면 브랜드가 화제는 많은데 옷은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남을 위험이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파슨스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각각 교육을 받은 배경을 가진 점도 이 시점에서 다시 조명할 만하다. 유머와 퍼포먼스 아트를 결합한 극적 연출이라는 장점은 유지하면서, 그 아래에 기술적으로 설명 가능한 패턴 작업을 쌓아두는 쪽으로 균형을 옮긴 셈이고, 이는 비슷한 화제성 전략을 쓰는 다른 신생 브랜드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참고할 만한 비교 사례이기도 하다.
이제 지켜봐야 할 지점은 이번 쇼에서 선보인 터뷸러 플리츠 스커트와 과장된 A라인 실루엣이 실제 판매 라인으로 얼마나 그대로 이어지는지다. 과거 필시 리치나 페이크 잇 틸 유 브레이크 잇처럼 무대 위 사건으로 소비되고 끝난 디자인과 달리, 이번 방향이 정말 누적형이라면 다음 시즌, 그다음 시즌에도 같은 플리츠 기법이나 실루엣 조형이 변주되며 이어지는지를 비교해서 봐야 한다. 한 시즌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시즌 단위가 아니라 여러 시즌에 걸친 흐름 단위로 넓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야 이번 쇼가 일회성 콘셉트 변경이었는지 아니면 브랜드의 설계 철학이 바뀐 것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 아울러 가격대나 실제 출시 일정처럼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 뒤따라 공개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극적인 쇼 연출만으로 화제를 모으던 브랜드가 꾸준히 사들 수 있는 상품 라인을 안정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지는, 이번 전환이 일회성 이미지 쇄신이었는지 실제 체질 변화였는지를 가르는 가장 분명한 다음 비교 기준이 될 것이며, 다음 시즌 발표에서 같은 플리츠와 실루엣 어휘가 다시 등장하는지가 그 답을 가장 먼저 보여줄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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