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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루치 FW26, 복각 대신 고른 재해석의 기준

같은 모티프를 다른 조건으로 다시 쓰다

Spec SheetMeasured
DeskJuwon
FormatVerified
Checked2026-10-11
StatusDesk verified

이탈리아 브랜드 피오루치가 2026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 'MEMORIE'를 공개했다. 큐피드·엔젤·립스·달마시안이라는 브랜드 고유의 상징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자칫 추억팔이 신상 발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시즌에서 정작 비교해야 할 지점은 '무엇을 다시 꺼냈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다시 꺼냈는가'다. 2022년 말 도나 베르타렐리가 피오루치를 완전히 인수한 이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카 무리와 CEO 알레산드로 피사니가 함께 이끄는 체제는 줄곧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시장'을 공식 목표로 내걸었다. MEMORIE는 그 선언이 옷값·소재·공정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얼마나 구현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종합 시즌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신상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캠페인 역시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는 대신 '낯설지만 익숙한 타인'이라는 설정으로 기억을 다시 다루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시즌의 성패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제품의 기준선으로 따져봐야 한다. 리론칭 이후 쌓여온 여러 시즌 가운데서도 MEMORIE가 품목 전반에 걸쳐 소재·공정·가격을 동시에 건드린 첫 사례로 꼽히는 만큼, 이번 컬렉션을 기점으로 피오루치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코닉 모티프를 다루는 방식 자체다. 과거 피오루치의 큐피드·엔젤·립스·달마시안 그래픽이 주로 티셔츠나 액세서리에 프린트로 얹히는 수준이었다면, MEMORIE에서는 핸드 임브로이더리와 메쉬 소재로 구현되며 손이 많이 가는 공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단가와 포지셔닝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선택이다. 실루엣에서도 비교할 지점이 분명하다. 오버사이즈 오버코트, 컬럼 드레스, 아가일 니트, 트위드 같은 클래식한 품목들을 비정형 프로포션과 조각적 실루엣으로 다시 짰고, 배럴 레그 데님에는 레이저 처리와 건축적 주름, 레이어드 그래픽을 더해 '데님을 데님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여기에 오버사이즈 메탈 스터드와 섬세한 샹티이 레이스를 같은 옷 위에 공존시켜 거칢과 섬세함의 대비를 노렸다. 컬러 팔레트는 레드·민트그린·페일핑크·솔트앤페퍼그레이로, 과거 피오루치의 비비드한 팝아트 톤보다 한 단계 차분해졌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립스 백이다. 기존 핸드백 포지션에서 클러치로 새롭게 데뷔하며, 포인티드 힐과 부츠가 함께 출시돼 데일리 아이템에서 포멀한 자리로 쓰임의 기준점이 옮겨갔다. 같은 이름의 아이템이 어떤 형태·소재·용도로 다시 나오는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시즌이 단순한 색상 교체가 아니라 품목 단위의 재설계라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왜 지금인가

피오루치가 이 시점에 아카이브를 다시 꺼내는 배경은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공통으로 맞닥뜨린 질문과 맞닿아 있다. 오래된 상징을 복각이 아니라 재해석으로 포지셔닝해야 프리미엄 시장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인수 이후 진행된 리론칭이 몇 시즌에 걸쳐 쌓여온 지금, MEMORIE는 단발성 캡슐이 아니라 '방향이 맞는지'를 시장에 묻는 누적 시즌이라는 점에서 다른 무게를 가진다. 캠페인이 직접적인 과거 회상 대신 호텔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버전의 타인을 마주하는 서사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설명되지 않는 전화, 거울, 꿈 같은 장면을 통해 기억이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감정과 가능성에 따라 계속 다시 쓰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세운 것은, 브랜드가 자신의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지 않고 '다시 해석할 권리'를 갖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복각 중심의 레트로 마케팅이 피로감을 보이는 시점에서, 상징은 유지하되 소재·공정·가격대를 끌어올려 다른 고객층에게 다시 제시하는 전략이 통하는지가 이번 시즌의 실질적인 시험대다. 같은 모티프를 쓰는 다른 헤리티지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그래픽을 그대로 두고 공정과 소재만 바꾸는 쪽과 그래픽 자체를 변형하는 쪽은 전혀 다른 리스크를 진다. 피오루치는 전자를 택했고, 그만큼 소재와 마감의 완성도가 이번 시즌의 설득력을 좌우하는 유일한 변수가 된다.

다음에 볼 것

이제 눈여겨볼 지점은 브랜드가 공식 채널에서 밝힌 대로 실제 판매가 시작된 컬렉션의 가격대가 과거 피오루치의 캐주얼한 가격 구간과 어느 정도 벌어지는지다. 핸드 임브로이더리와 레이저 가공, 샹티이 레이스처럼 공정이 늘어난 품목일수록 가격 상승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프리미엄 컨템포러리'라는 목표의 실제 성적표가 될 것이다. 또한 데일리 아이템이었던 립스 백이 클러치로 자리를 옮긴 것처럼, 다음 시즌에서도 기존 시그니처 품목들의 '쓰임의 기준'이 계속 상향 조정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는 피오루치가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포멀한 자리까지 커버하는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려는 신호일 수 있다. 캠페인이 한 시즌짜리 이미지가 아니라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는 서사 구조로 설계돼 있는지도 관찰 대상이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컬렉션이 이미 판매 중인 만큼, 이번 시즌의 소비자 반응과 재구매 데이터가 다음 시즌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가장 구체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클러치로 데뷔한 립스 백과 기존 핸드백 라인이 나란히 판매되는지, 아니면 완전히 대체되는지를 비교해 보면 브랜드가 데일리 라인과 포멀 라인을 분리할지 통합할지에 대한 다음 수가 먼저 드러날 것이다.

#Fiorucci's#Campaign Takes Us#Twist#Winter#Fiorucci#MEMORIE
Repuse Lab · 2026-10-11 ·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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