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우븐시티, 책 모임으로 도시를 묻다
도요타가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의 옛 도요타자동차 히가시후지 공장 부지에 짓고 있는 미래도시 '우븐 시티'가 이번에는 자동차나 센서 기술이 아니라 책을 들고 나왔다. 2025년 9월 실증을 시작해 2026년 4월 기준 약 50세대, 100명이 실제로 거주 중인 이 모빌리티 테스트 코스형 도시가, 반년 동안 총 12회에 걸쳐 진행되는 북클럽 '우븐 북스'를 연다. 기획을 맡은 쪽은 래퍼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TaiTan과 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기기괴괴'에서 파생된 멤버십 미디어 '시나시나 단지'이고, 게스트 강사로는 미학자 이토 아사가 참여한다. 주제는 '도시와 인간'이다. '행복의 양산'을 내걸고 자동차뿐 아니라 사람과 물건, 정보, 에너지의 이동 전반을 확장하겠다던 이 도시가, 하드웨어 로드맵 발표가 아니라 건축·철학·문화·상업·크리에이티브·식·기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고른 책으로 도시를 다시 읽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AI가 데이터로 최적의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의 '편향'과 취향이 왜 필요한지를 되묻는 자리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같은 '미래도시' 뉴스가 보통 센서 수나 주행 거리 같은 수치로 소개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발표가 고른 형식 자체부터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엇이 비교 대상이 되는지를 보면 이번 기획의 결이 드러난다. 우븐 시티는 지금까지 '인벤터 개러지'라는 개발 거점을 통해 기업과 발명가들이 모빌리티 기술을 실증하는 모습으로 소개돼 왔다. TaiTan 본인도 직접 현장을 둘러본 뒤, 기술적 측면만 앞세우면 도시에 대한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이번에 더해진 것은 그 반대편의 축, 즉 인문학 커리큘럼이다. 반년 동안 12회라는 구성은 한 번의 이벤트성 세미나가 아니라 학기제 교양 수업에 가깝다. 매회 건축·철학·문화·상업·크리에이티브·식·기술 등 서로 다른 분야 게스트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통해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읽는다. 진행을 맡은 두 사람의 이력도 비교해볼 만하다. TaiTan은 Dos Monos의 래퍼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슈어(SHURE)와 스니커즈를, 롯데와 미네랄워터를 공동 개발했고 ACC상, JAPAN Podcast Awards 퍼스널리티상, 포브스 재팬 30 Under 30 2023을 수상한 인물이다. 이토 아사는 2020년 산토리 학예상을 받은 미학자로 '미래의 인류 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 도시 엔지니어나 건축가가 아니라 팟캐스트 크리에이터와 미학자가 커리큘럼을 짠다는 조합 자체가, 기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자문단 구성과 뚜렷이 비교된다.
왜 하필 지금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는지는 우븐 시티의 단계와 맞물려 있다. 2025년 9월 실증 개시 이후 반년 넘게 지나며 이 도시는 더 이상 설계도 위의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 됐다. 입주자(Weavers)가 실제로 겪는 불편과 피드백이 기술 개발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소개되는 만큼, 거주 인구가 쌓일수록 '기술이 해결해주는 도시'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 사이의 간극도 함께 드러나기 마련이다. TaiTan이 현장을 보고 느꼈다는 우려, 즉 기술적 측면만 앞세우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지적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AI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그 답이 특정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붙잡아줄 인간의 관점과 선호, 즉 '편향'이 오히려 설계 자원이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스마트시티 담론이 보통 센서 수·에너지 효율·자율주행 범위 같은 정량 지표로 경쟁력을 비교해온 것과 달리, 우븐 시티는 같은 시기에 철학·문화 커리큘럼이라는 비정량 축을 나란히 세워 비교 기준 자체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팟캐스트에서 출발한 멤버십 미디어가 대기업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와 손잡았다는 조합도, 일본 내 콘텐츠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산업 프로젝트와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분명하다. 우선 12회에 걸쳐 어떤 게스트가 어떤 책을 고르는지, 그 목록 자체가 우븐 시티가 그리는 도시상의 힌트가 될 수 있다. 건축·철학·문화·상업·크리에이티브·식·기술 분야를 고르게 배치했다고 밝힌 만큼, 특정 분야에 쏠리는지 아니면 실제로 균형을 유지하는지부터 비교해볼 만하다. 두 번째는 거주 규모의 변화다. 2026년 4월 기준 50세대 100명이라는 숫자가 반년 뒤, 1년 뒤 어떻게 늘어나는지에 따라 이 북클럽이 소수 실험 참가자를 위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실제 거주 공동체의 문화 인프라로 바뀔 수 있다. 세 번째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논의가 실제 도시 설계나 인벤터 개러지의 기술 개발 방향에 반영되는지 여부다. 우븐 시티가 내세우는 '모빌리티를 넘어 사람·물건·정보·에너지의 이동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생각하면, 인문학 세미나의 결론이 실제 서비스 기획으로 연결되는지가 이 프로젝트의 진짜 성과 지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스마트시티에 외부 크리에이터의 문화 콘텐츠가 결합되는 이번 방식이 다른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고 사례가 될지도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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